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서고금정도가 아니라 문명의 이기를 늦게야 누리게 된 원시부족들 조차도 금만 보면, 반짝거리는 것만 보면 눈이 뒤집힌다. 아주 고귀하고 값진 것으로 여기며 집단 내에서 최고의 지위를 가진 자가 온갖 노력을 쏟아부어 차지하려 한다.
아메리카 신대륙이 발견되고 나서, 그 땅은 별로 쓸모없는 땅이였다. 하지만 남미가 잇따라 발견되고 남미에서 금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미친 듯이 사람을 보내 금을 쓸어담았다. 그 결과 지금 남미는 중세 유럽의 양식이 남아 있으면서도 적도 지방 특유의 나이브함이 함께하는 문화의 용광로같은 곳이 되었으며 단순 밀림지대에서 나름 인간 세계의 한 축으로 성장하였다.
아메리카 신대륙이 발견되고 나서, 황량한 서부는 아무 쓸모 없는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금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미친 듯한 골드러쉬가 시작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서부 개척 시대'가 시작됐다. 그 결과 모든 인디언들은 쫓겨났지만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도시가 탄생하였으며 칼텍, 스탠포드같은 최우수의 대학교, 실리콘 밸리라는 첨단 산업의 중심지를 일구어냈다. 이 모든 것이 금으로부터 출발한 것.
호주가 발견되고 나서, 이곳은 다분히 유배지 혹은 관광지 정도로만 쓰였다. 그러나 금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미친 듯한 골드러쉬가 시작되었고, 수많은 귀족들 또한 이곳으로 향하였으며 지금의 인구 3000만에 연 관광객 2000만에 달하며 전세계에 소고기를 팔아치우는 호주라는 나라가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이 금의 축복.
왜 인간은 금만 보면, 반짝이는 것만 보면 집착하게 되는 것일까? 금이 변하지 않는 것이여서? 금은 알다시피 전자 공학이나 의학에서 쓰일 것이 아니면 별로 유용한 금속도 아니다. 오히려 그 유용하지 않음에도 쉬이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점이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것일까? 아니면 유인원들(원숭이들도 반짝이는 물건을 보면 훔쳐간다)의 금을 향한 사랑은 우주 태생적 성격인가?